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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은평구 홍제동 옥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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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백수 비슷한 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산책할 일이 좀 많아져서 예전에는 가지 않던 코스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불국사 외에 저희 구에 문화재가 있는 절이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불광천에서 홍제천쪽으로 살살 걸어갑니다. 아침 일찍 이 길을 돌아다니면 한적하니 여유가 느껴 집..... 니다가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다른 지역을 가면 물이 흐르는 동네가 참 좋아보였는데 생각해보니 저희 동네도 있더군요. 개천도 많이 정비가 되어서 깨끗해지고 관리도 잘되고 있어서 최근 산책로를 산이 아니라 개천을 중심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강 쪽으로 가는 홍제천과는 다르게 동네가 상당히 레토르 합니다. 불과 10~20분여 거리에 있는 동네의 풍경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개천 주변에 집도 상당히 많고 개천 바로 앞에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길 것 같은 위치에 있는 집도 있습니다. 의외로 이런 개천 주변의 집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갈대 모양의 식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한강을 가는 쪽의 홍제천은 공원처럼 관리를 해서 이런 식물들을 찾기 정말 힘든데 옥천암을 가는 쪽의 길은 풍경 자체가 아예 다릅니다. 저는 이쪽 코스가 심심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드디어 옥천암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오면 이쯤부터 스님들이 염불을 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우렁찬 게 아니라 스피커로 라이브 중계를 해줍니다.

절의 앞쪽에는 홍제천이 흐릅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작지 않아서 상당히 좋습니다. 풍수지리로 보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구조입니다. (뒤는 북한산 앞은 홍제천입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산책 데크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문화재로 되어 있는 불상이 있습니다. 일본 만화에서 보면 오며 가며 지나다니는 길에서 가벼운 기도를 하고 가는 풍경들이 신기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이 불상이 어디선가 봤었는데 문화재이긴 하지만 이렇게 조각을 한 것은 현대에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 불상을 새긴 돌이 오래된 돌이라고 하더군요. (잘못된 정보라면 제보 바랍니다.)

법당에서 기도문을 읽던 스님들이 어느 시기가 되면 이 돌 불상 앞에 옮겨와서 기도를 하십니다. (어느 타이밍에 나오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뒤쪽에서 보면 이런 바위입니다. 동네에 있을 바위 치고는 상당히 크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기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이 바위의 옆과 뒤에서도 가능합니다. 

근데 성스러운 돌 치고는 처마의 받침대까지 세워둔 걸 보면 취급이 좀 박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절이 작기는 한데 이런 아기자기한 요소가 많습니다. 특히 저 옆에 손가락만 한 좌불상 조각은 떨어지지도 않고 갈 때마다 잘 버티고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스님들이 염불을 외우고 계신 법당으로 향합니다. 대웅전이라는 굉장한 이름까지 붙일 정도는 아닌데 저 건물이 옥천암의 본부 격인 듯합니다.

4대 천왕이라 하나요? 원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상당히 무서운 표정의 신들이었던 듯한데 너무나 귀엽게 그려놨습니다.

동서남북을 지키는 신들인 듯 한데 계단을 올라갈 때 이 기와에도 기도를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습니다.

법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어도 들어가서 같이 기도를 하지는 못하고 옆이 건물로 들어가서 중계화면을 보면서 따로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워낙에 좁다 보니까 할 수 없는 일인가라고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스님들이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 북은 치는 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 새해 12시 되면 쳐주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북과 종 등 새해를 넘어갈 때 티브이에서 보던 오브제는 모두 다 있습니다.

산책이 끝나고 슬슬 귀가를 위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평소에도 그런지 코로나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수능날에도 기도 오신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유유자적한 조용한 절을 찾기 바라신다면 옥천암을 추천드립니다. 

PS. 요즘 느끼는건데 블로그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캐논 미러리스 M200보다 폰카의 해상력이 더 좋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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