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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서울 비공식 첫눈 내린날 동네 산책[CANON M200, 15-4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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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아무도모르게 첫눈이 내렸다고는 하는데 내눈으로 본적이 없으니 저 나름의 공식적인 첫눈은 오늘입니다.

새벽에 어딘가 차를 가지고 좀 다녀올까 싶었는데 새벽 사이에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생각을 접고 그냥 잤습니다.

차에 비보다 눈이 맞으면 더 더러워지기도 하고 염화칼슘에 하부 부식도 신경이 쓰여서 곧바로 세차장을 가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과연 있을까 싶어서였죠. (쥐돌이 하부에는 엔진 언더커버밖에 없어서....) 

설마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눈이 내리긴 내렸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카메라를 매고 집을 나섭니다. 차를 지하주차장에 놓은지라 눈 초밥이 안되어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아파트 앞의 처마에서는 눈이 아니라 물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벌써 녹기 시작하나 싶습니다. 

눈이 도대체 어떻게 내리면 저렇게 되나요. 밤새 우박이라도 내린건가...아니면 녹으면서 어떻게 녹으면 저렇게 되는 건가 물음표 백만 개를 머리 위에 띄우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눈이 오긴 왔었나 봅니다. 아파트 단지 앞의 식물이나 나무들 위에 눈이 어설프게 쌓여있습니다. 벌써 녹기 시작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은평구 홍제동에서 옥천암 가는 길이 저의 산책 코스인데 이 코스를 가기 위해 항상 지나는 길목입니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이 골목마저도 차가 막히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골목을 보면 서울 안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의 레토르 한 맛이 있습니다. 왼쪽에는 전파사도 있는데 요즘 세상에 전파사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홍제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운동장에 눈이 곱게 쌓여있습니다.

예전에는 초중등 학교는 항상 개방이 되어 있어서 동네의 공원 역할도 어느 정도 했었는데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수업시간 외에는 폐쇄가 되어 조금 섭섭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이니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 뭐라 할 수는 없겠죠. 

무슨 열매인지는 모르겠으나 추운 겨울에도 색이 꽤 선명합니다. 서울 촌놈이라 씨앗인지 봉오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뽀송뽀송한 눈이 아니라 약간 얼은 상태의 눈이 아니었나 추측해봅니다. 길을 가다 보니 쌓여있다기보다는 뭉쳐있는 눈이 많이 보이네요.

손바닥만 한 낙엽이 덩굴에 붙어있는데 겨울에 운치가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또 파랗게 다시 피어나겠죠.

항상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던 것인데 오병이어가 무슨 뜻인지 몰랐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고 겨우 뜻을 알았는데 깊은 뜻이 있었네요. 몰라봐서 죄송했습니다. [ 오병이어 뜻 ]

몇몇 가게는 벌써 트리 장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IMF 이후 십수 년간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거의 없어졌다 생각합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비종교인들에게 부처님 오신 날도 특별한 날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크리스마스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바닥을 보니 염화칼슘이 덩어리로 보입니다. 오늘 하루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홍제천을 가로질러 갑니다. 홍제천은 신기하게 개천 주변에 집이 많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의 개천을 베니스처럼 깔끔하게 정비한다고 범국가적 사업으로 벌였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당시 개천 주변의 가구들은 많이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홍제천만은 예외입니다.

이곳에서 한강 쪽으로 2킬로만 더 가도 이런 개천 옆 오막살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홍제천만의 독특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이 녹다가 말았는지 군데군데 덩어리 진 눈들이 보입니다. 이쁘게 쌓여있는 눈을 기대하고 나왔지만 약간 실망스러워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던 가물던 홍제천의 수위는 항상 비슷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개천에서 물 냄새도 잘 안나는 것을 보면 관리는 나름대로 꽤 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 안의 개천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의 돌다리입니다. 홍수가 나면 물에 잠겨서 에누리 없이 접근 금지 팻말이 붙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옥천암 쪽으로 가는 홍제천 주변에는 개천과 딱 붙어있는 가정집이 상당히 많습니다. 홍수가 나서 물이 불어오를 때는 물구경이 꽤 장관이지 싶습니다. 

근처에 절이 있어서 등이 있나 싶었는데 크리스마스에 맞춘 것인지 빨간 양말이 그려져 있습니다. 근처 교회에서 달았나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 부지런히 눈사람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 정도를 만들어 놨다 하면 새벽에 눈이 한창 내릴 때 만들어 놓은 듯한데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홍제천 주변에는 집이 상당히 많습니다. 홍수가 일어나도 물에 잠기지 않으니까 그래도 집이 많은 것이겠죠?

어느 순간부터 벽에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그림은 매화로 추정되는 벽화입니다.

동네 어딘가 출사지로 유명한 벽화마을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때 노후화된 동네에 벽화 등을 그려서 미관을 꾸미는 유행이 있었었는데 그때 그려진 벽화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머리가 초록색인 오리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청둥오리라고 하나요? 서울 촌놈이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신기하게도 홍제천 주변에 있는 조류들은 비둘기 빼고는 다들 누가 씻겨주는 것처럼 깨끗합니다. 

동네 공영 주차장에 뜬금없이 환풍구가 보이는데 뭐에 사용되는 환풍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환풍구라면 뭔가 안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내보내는 바람이라도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건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지하에 뭐가 있는 걸까요?

이 길을 쭈욱 따라 올라가면 상명대학교가 나옵니다. 북한산 주변이라 그런가 유난히 무속인들의 집과 절이 많은 동네입니다.

옥천암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기 보이는 큰 불상은 나름 고려시대부터 있던 불상이라 하는데 구한말 일제강점기 시대의 사진 자료에도 등장을 한다 하니 유서가 깊다면 꽤 깊은 유물인 듯합니다.

어디 글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3대 사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런 기준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켜져 있는 초의 수나 기도하는 신도들의 수를 보면 요즘에는 그렇게까지 유명한 절은 아니지  싶습니다.

홍제천을 오가는 데크에서도 얼마든지 사찰로 진입이 가능한데 이 대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옥천암은 지리적 특성상 여러 군데에서 진입이 가능합니다.

나름 대웅전 역할을 하는 건물의 처마를 보니 기왓장에 뭔가 이런저런 글자들이 보입니다. 신도들이 사용한 소원 기왓장으로 알뜰하게 개보수를 했나 싶습니다.

사찰 자체가 워낙 아담하다 보니 웅장한 맛은 없는데 아기자기한 맛이 상당합니다. 장식들이 다른 절들에 비해서는 미니어처들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기왓장은 고령기와 상품을 쓰는군요..... 주련 해설이라고 쓰여있는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하기로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라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된 해석을 아시는 분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나무 위에 눈이 쌓여 운치가 있습니다. 이때부터 뭔가 얼음과 눈 사이 되는 알갱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유명한 사찰 하면 무조건 큰 부처님상이나 장식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오시면 크게 실망하지만 동네 절이라 생각하면 또 이만큼 오기 편안한 분위기의 절이 없습니다.

뭔가 태우는 소각로의 기왓장입니다. 소각 자체가 도심 안에서는 불법 아닌가 싶긴 한데 제가 세세한 법을 아는 것은 아니기에.....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은 아닌 듯 보이는데 용도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정말 정말 옛날에 보던 빗자루입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렸을 때는 저런 빗자루도 팔았던 것 같은데 직접 만든 것인지 어디서 구매를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왜인지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서 콜라 한 캔 한 사바리 합니다. 건강을 위해 당이 전혀 안 들어 있다는 제로 칼로리 콜라를 구매했습니다.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았지만 눈이 확실히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얼음 비슷한 눈이 바람이 불면 얼굴이 따가워질 정도로 오기 시작하여 편의점 의자에 앉아서 눈이 조금 멎기를 기다려 봅니다.

31가지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 앞에 사슴 두 마리가 장식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런 건 어디서 구하는 걸까요? (설마 주인아저씨가 직접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

눈 내리는 미니어처 장식품이 그 옆에 있습니다. 아래에서 공기를 올리면 스티로폼 같은 눈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눈이 그칠 것 같지는 않아서 이동해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따뜻한 곳 어디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도 없는지라 몸이 식기 전에 움직여봅니다. 날은 우중충하지만 눈이 내리니 기분은 좋습니다.

항상 지나다니는 이름 모를 큰 교회 문 앞에 있는 미니어처입니다. 관리를 잘하는지 색도 안 바래고 칠 까짐도 없습니다. 

한 여름에 볼 때는 그냥 그랬는데 눈이 올 때 보니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제법 느껴집니다.

눈이 다시 쌓이기 시작하는데 얼음 같은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오늘 하루 1000명이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첫눈이 내리지만 사람 그림자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요즘 학생들이 다니는 길은 과속단속 속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처음에는 30킬로로 속도를 줄이라는 네비의 안내에 네비가 고장 난 줄 알았었습니다. 

후에 알아보니 뭔가 큰 사고가 빈번히 있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은 속도를 저렇게 낮춰놓은 것이었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지나왔던 홍제 초등학교 앞을 다시 지나가는데 뭔가 미니트리 같은 나무가 앞에 있습니다. 겨울에도 초록색 잎을 유지하는 게 신기합니다. 

미니에 저런 장식을 붙여놓은 건 매해 많이 봤던것 같은데 벤츠 E클래스에 저런 장식을 붙여놓은건 처음 본듯합니다. 모두가 힘들고 우울한 시기이지만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듯한 차주의 성격이 보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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