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남구 청림물회

 

포항 하면 물회라고 하는데 사실 좋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과연 현지인들이 이 비싸고 양도 많지 않은 물회들을 이 돈 주고 사 먹을까 수십 번을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현지인 로컬픽이라고 하는곳을 듣고 한 번만 더 속는 샘 치고 애마의 핸들을 꺾습니다.

 

 

등 푸른 생선 전문??
고등어 같은 거를 회로 서비스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면 진짜 로컬맛집 분위기입니다.

 

 

잘 안 보여서 지나칠뻔했는데 이 풍선 보고 들어가면 됩니다.
오른쪽에 주차장 입구라고 쓰여있는 곳이 주차장 맞습니다.

 

 

가게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상당히 큽니다.
제가 간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했습니다.

 

 

참가자미 물회를 먹어볼까 하다가 그래도 가게 시그니처를 먹어봐야 않겠나 싶어 등 푸른 생선 무침회를 주문합니다.
일단 가격은 물회가 아니라 회덮밥이라 쳐도 상당히 착합니다.

 

 

주변에 포항 스틸야드가 있는데 그쪽에서 예약을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주문을 하고 좀 기다리다 보니 퇴근하시는 분들이 회식이 있는지 우르르 들 들어오십니다.

진짜 로컬맛집이 맞나 싶습니다.
외지인들은 한 명도 안 보이고 계속 배달이 들어오고 근처 회사분들이 오십니다.
조금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물과 물티슈를 주시는데 상당히 친절하십니다.
지방에서 뭔가 주문할 때는 왜인지 작은 가게는 무뚝뚝하시던지 아니면 좀 톡톡 쏘아붙이시는 분들을 많이 봐서 눈치를 보고 있는데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십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여기 반찬 모두 맛있습니다.
그냥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다 맛있습니다.

일단 이 미역국도 바닷가 특유의 맑고 비린내 나는 미역국기 아니라 꺼룩하니 고소한 게 딱 제 스타일입니다.

 

 

김치도 짜지 않은 겉절이입니다.
직접 담그신다면 실력이 좋으신 거고 사 오신다면 어디서 사 오시는지 궁금합니다.

 

 

무난한 어묵맛입니다.
수제 어묵이 아닌 이상 뭐 특별할 게 있겠습니까.

 

 

제가 해산물 냄새 소화를 잘 못하는데 그중 건어물은 진짜 잘 못 먹습니다.
그런데 여기 진미채 모두 다 먹었습니다.
파신다고 하면 사 올뻔했습니다.

 

 

이게 진짜 대박인데..... 저는 이런 생선 말린 거 같은 포는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예상되는 맛이기도 하고 몇 번 시도는 해봤는데 목으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다 먹었습니다.
그것도 밥 나오기 전에 다 먹었습니다.
해산물을 특이 못 먹는 제가 다 먹었다면 이건 진짜 맛있는 거고 호불호가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이건 뭔지 모르겠는데 고소하고 쓴맛하나 없이 맛납니다.

 

 

올라가 있는 회가 도대체 무슨 회인지 모르겠지만 등 푸른 생선 (꽁치, 고등어, 삼치, 청어, 정어리, 전갱이, 준치, 참치, 가다랑어) 중 하나겠죠?
일단 제가 생각하는 회무침 또는 회덮밥 스타일인데 양은 1인분 치고 꽤 푸짐합니다.

 

 

 

저는 원래 회덮밥도 신선한 외에 뜨거운 밥을 얻는 행위자체가 약간 이도저도 아닌 메뉴를 만드는 것 같아서 회는 회대로 초고추장에 비벼놓고 밥은 따로 먹습니다.
여기서도 밥을 넣어서 비벼먹....... 는 메뉴는 아니니 회무침이라는 메뉴로 나온 거겠죠?

초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봅니다.

 

 

정신 차려보니 벌써 저렇습니다.
진짜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회자체는 지방이 좀 있는 생선인지 상당히 고소했는데 여기 들어가 있는 재료들과 초고추장의 맛 조합이 미쳤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회덮밥 메뉴랑 뭐가 다르지 싶은데 먹다 보면 이거 맛있는데? 하는 느낌이 딱 옵니다.

요즘 물가에 1,1000원에 이 정도 구성이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리스펙의 의미로 먹은 그릇을 깨끗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음식이 맛있는 집은 싹 다 비우고 그릇정리 해 드립니다.

 

 

기대도 안 했던 후식까지 내어 주시는데 달달하고 매운 수정과입니다.
간이 쎈 음식을 먹고 난 뒤 입을 화하게 만들어 주는데 탁월한 구성입니다.

포항 가셔서 회덮밥이나 어중간한 물회 드실바에는 여기서 회무침 드시는 것을 강력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