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냉면 맛집 투어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저의 블로그 과거 맛집 포스트를 보면 아마 아실 겁니다. 이중 그나마 계속 가게 되었던 냉면집은 청량리 할머니 냉면 정도였습니다. 그중 낙산 냉면은 정말 최악이었고요.
나머지 냉면집들은 맛있게 맵다기보다는 그냥 캡사이신을 범벅으로 해서 맛 자체를 느끼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안가게 되더군요,
그중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있게 매운맛을 아는 몇 안 되는 맛집 중 하나라고 손꼽는 집이 바로 홍제동의 우리 냉면입니다. 골목식당에서 포방터 돈가스집 소개할 때 여기도 소개할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사람들이 줄 서기 시작하면 곤란하거든요.
가격은 너무 착합니다. 요즘 왠만한 시장 냉면도 7~8천 원 하는 사악한 물가에 거의 유일하게 가격을 올리지 않는 착한 식당입니다. 대신 양을 줄이시더군요..... 비빔냉면이 시그니처 메뉴인데 비빔 시키실 때는 필히 곱빼기로 시켜야 합니다.
애피타이저 육수는 무제한 셀프 리필입니다. 정말 정직한 쇠고기 다시다 맛입니다. 아마 이 육수가 냉면 육수지 싶은데 육수를 따로 만들지는 않는 듯합니다. 시장 냉면에 그런 거 바라면 안 됩니다. 그들은 그들의 시장과 퀄리티가 있는 것입니다.
위생상태는 생각보다 좋습니다. 주방도 나름 오픈형 주방이고요. 어떤 곳은 여름에 파리 찍찍이 같은거 대놓고 걸어놓고 그래서 인상 찌그러지게 만드는데 여기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릇도 자리 비우면 바로바로 치워주시고요. 소스 통도 찌든 때 없이 항상 깔끔합니다.
단골까지는 아니더라도 작년까지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는 곳이었습니다. (사장님은 기억 못 하시는 듯 하지만...) 그동안 혼자 이런저런 일이 있어 못 가다가 오래간만에 들려서 주문을 해보았더니 양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낫긴 한데 고깃집 후식 냉면 정도로 양이 줄어 조금 섭섭하긴 합니다.
육수야 장르가 시장냉면이라 사다쓰는 맛이라지만 비빔 소스는 오리지널입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매운맛 소스입니다. 다만 이전에는 헉헉거리면서 먹어야 할 강도였다면 안 와본 사이 조금 손님들의 입맛과 타협한 맛이 된 듯합니다. 이건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그 유명한 청량리 할머니 냉면도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캅사이신 맛을 상당히 줄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있게 매운 맛의 밸런스가 깨지지는 않습니다. 뭐하면 소스는 더 달라하면 더 주십니다. 예전에는 양념 튜브에 소스가 들어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앤 듯합니다. (멋모르고 드리 붓고 못 드시는 분 여럿 봤는데 아무래도...)
재료들은 항상 신선했던 듯 합니다. 동네 식당 중 일부는 종종 회전율이 좋지 못해서 일부 재료들이 좀 시들시들하곤 하는데 이곳에서 먹을 때는 그런 재료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식초와 겨자를 적당량 뿌리고 슥슥 비벼봅니다. 다른 냉면집의 비빔냉면들 처럼 참기름이 범벅된 맛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맛보시는 분들은 한입 먹어본 후 식초와 겨자를 뿌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양이 적어서 한젓가락에 비벼집니다. 차라리 양이 너무 많아서 컥컥 대면서 먹는 것보다는 싸게 해서 적게 내놓고 곱빼기를 옵션으로 하는 전략이 버리는 음식이 없을 듯해서 더 마음에 듭니다.
맛은 역시나 밸런스가 좋습니다. 다만 이날만 그런건지 맛이 타협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매운맛으로 시켰지만 중간 매운맛 정도의 강도로 나왔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번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할 듯합니다.
간혹 시장 냉면이라는 빈티지 먹거리의 콘셉트 때문인지 냉면 하나 덜렁 나오는 집도 많은데 이 집은 나름 절임무를 반찬으로 내어줍니다. 따로 먹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기에 냉면에 부어버립니다.
냉면을 먹을 때 혼자 먹을 때는 면을 끊지 않고 먹습니다. 이게 나는 좋은데 상대방이 어떻게 볼지는 다른 문제인지라 혼자 먹을 때만 그렇게 합니다. 몇 젓가락 후루룩했더니 냄비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곱빼기를 시켰어야 하나 싶지만 다이어트 중에 치팅 데이처럼 먹는 자극적인 음식이라 이 정도로 만족하고 식당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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