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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방문기

진도 그냥 경양식 [CANON M200, 15-4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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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얻은 재택근무(라 쓰고 휴가라고 읽는다.)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갑자기 내려온 진도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맛집을 찾던 중 혼자 먹고 딱 좋은 돈가스 맛집이라는 곳이 한 군데 걸립니다.

이런 외진곳 골목에 맛집이 있을 줄이야

찾아가 보니 외져도 너무 외진 곳에 있습니다. 골목 앞에서 저게 그 맛집인가 하며 간판을 한참을 보다가 들어갑니다.

골목인데도 이상하게 깨끗합니다.

긴가민가하고 들어왔는데 일단 식당은 맞는 것 같습니다. 식당의 위치와 행색을 보니 뭐 돈가스라는 게 장르의 한계라는 것이 명확한지라 맛이 있어봐야 얼마나 맛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음식점 이름이 상당히 싱겁습니다.

식당명이 가관입니다. 이름을 정말 생각 없이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희한하게 간판은 또 굉장히 깨끗합니다. 폰트나 식당명 등을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간판을 안 바꿨을 것 같은데 말이죠.

평소에는 대기가 상당한가 봅니다.

앞에 세워진 대기 의자들을 보니 여기가 맛집이 맞긴 맞나 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 좋게 어떤 블로거가 맛나다고 올린 게 소문이 나서 맛집이 된 거품 맛집이라 생각했습니다.

안에서 밖을 보면 바로 벽이 보입니다.

식사 때가 지나 들어와 그런지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합니다. 앉아서 밖을 보니 바로 앞이 벽이라 답답한 느낌입니다. 위치가 정말 희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되는 집은 이런데 있어도 되는구나 싶습니다.

주방을 살짝 봤는데 상당히 깔끔합니다.

주방이 살짝 보이는데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일하시는 종업원 분들이 우리나라 분들이 아닌 듯한데 (동남아 계열이신 듯했습니다.) 손님들이 불러도 응대를 잘 안 하고 해서 맛집 유명세에 불 친절한 집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몇 마디 나누어 보니 우리나라 말이 서툴러서 눈앞에 해야 할 일들부터 처리하느라 말을 놓치는 거지 너무 착한 분들이었습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100대 맛집이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진도 출신 송가인 Love

놀랍습니다. 우리나라 100대 맛집 간판이라뇨? 고작 돈가스로 100대 맛집이라고? 놀랍습니다.

하지만 저런 간판에 한두번 속아본 게 아니라서 놀랍긴 하지만 돈가스 하나에 큰 기대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무난하게 한끼 잘 먹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이 와중에 어디에나 보이는 송가인 애정 굿즈...... 진도는 정말 어딜 가나 송가인 홍보물이 있습니다. 자부심이 큰 듯했습니다.

가격은 맛집 치고는 싼거같고 외지치고는 비싼듯한 느낌입니다.

가격은 애매합니다. 돈가스가 진짜 맛이있다면 싼 편인 거고 외지에서 먹는 한 끼 식사치 고는 비싼 느낌이 있습니다. 돈가스 드시고 평생 행복하시라고 쓰여있는데 이 돈가스를 먹고 행복할 수 있다면 매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앉으면 달랑 후추통 하나 있습니다.

테이블에 앉으면 후추통하나가 달랑 저를 반깁니다. 후추가 있는 것 보니 수프가 나오겠네... 하는 합리적 추론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외국에서도 스푸에 후추를 뿌려먹나요? 후추의 원래 용도가 보관이 힘든 육류가 조금 상했을 때 냄새를 없애기 위한 용도였다라고 알고 있는데 수프에 뿌려먹는 게 맞는지 궁금해집니다.

깨끗한 물병에 물이 나옵니다.

한참있다가 물이 옵니다. 접객하시는 분들이 분주하기는 한데 빠르지는 않습니다. 물병은 외지 음식점 치고는 상당히 깨끗하고 사용감이 없습니다. 위생상태는 확실히 좋다고 느껴집니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스프에 후추가루는 기본이죠.

아니나 다를까 수프가 나옵니다. 후루룩 먹어보니 오뚝이 분말 수프 같은 맛이 나는데 왜인지 좀 더 부드럽습니다. 한마디로 맛이 괜춘합니다. 후춧가루를 살짝 치고 호로록 마시듯이 그릇을 비웁니다.

돈까스 치고는 반찬이 많습니다.

돈가스가 나옵니다. 또 한 번 느끼는 건데 외지 음식점 치고 그릇 위생상태가 상당히 좋고 사용감도 없습니다. 뭔가 낡은 그릇에 물기도 다 안 닦은 그릇에 음식이 담겨 나올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튀김정도와 소스맛이 상상이상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돈가스 비주얼을 확인하고 칼질을 하고 한입 먹어봅니다. 어...? 다시 한입 먹습니다. 맛있습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이게 원래 돈가스라는 장르의 음식이라면 나는 지금까지 돈가스가 아니라 돈가스를 가장한 돼지고기 튀김을 먹어왔던 겁니다. 

쌍팔년도 방식에 꾹꾹눌러담은 접시밥

두 입정도 먹고 나서야 옆에 밥이 눈에 들어옵니다. 옛날에는 정말 경양식집에 가면 저렇게 접시에 밥이 꾹꾹 눌려 나왔습니다. 뜨거운 밥은 아니지만 약간 꼬들꼬들한게 식감도 좋고 뜨거운 돈가스와 먹기 딱 좋습니다.

느끼한 돈까스에 없으면 안됩니다.

느끼한 튀김류에 김치가 없으면 섭섭하죠. 하지만 돈가스가 맛있어서 그런지 김치가 크게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김치가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돈가스가 상상 이상으로 맛있습니다.

호사스럽게 돈까스에 김치가 두종류나 나옵니다.

호사스럽게도 돈가스 한 접시에 김치가 두 종류나 나옵니다. 서울에서는 왕돈가스 체인이나 김밥천국 돈가스 스타일이 표준화되어서 손톱만 한 깍두기인지 무 조각인지 조금 내어주는 게 보통인데 이 집의 김치 인심은 상당합니다.

단무지는 회처럼 얇게 나옵니다.

반면 단무지 인심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다만 이게 큰 흠이 아닌데 다른 반찬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굳이 단무지까지 푸짐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반찬 간의 균형이 잘 맞는 구성이라고 해두고 싶습니다.

김밥에 들어갈법한 야채 볶음이 곁들여집니다.

뭔가 김밥에 들어가면 좋을 듯 한 야채볶음이 접시에 있습니다. 먹어보니 간도 심심한게 딱 김밥에 들어가는 야채와 같습니다.

반찬이 이 정도면 돈가스 없이 그냥 밥이랑만 먹어도 좋을 구성입니다. 그 옆에는 신선한 양배추가 있는데 이 또한 없으면 섭섭한 반찬이죠.

리얼한 옛날 돈까스 구성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돈가스라는 음식을 그냥 한 끼 때우기 위한 게 아니라 제대로 맛나게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 튀김의 정도는 너무 헤비 하지도 가볍지고 않습니다.

돼지고기는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아 적당한 튀김의 바삭함에 고기의 맛도 적당히 느껴집니다. 소스는 싸구려 단맛으로 떡칠이 된 저질스러운 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스 혼자 튀는 맛이 아닌 튀김과 돼지고기의 맛을 도와주는 맛이랄까요?

딱 어떤 맛이라고 정의가 어렵습니다.  우습게 보고 들어왔지만 결국 여행 중 이 돈가스만 유일하게 두 끼를 먹게 됩니다. 진도를 가면 꼭 먹어야 합니다. 두 번 드세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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