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지만 날도 따뜻하고 날도 맑아서 슬금슬금 나와서 홍제천 주변을 산책하다가 돌아가려니 좀 아쉬운 마음에 뭐라도 먹고 갈까 하다가 도가니에 소주 한잔이 생각나서 발걸음을 홍제동 쪽으로 재촉합니다.
위치는 꽤 외진 장소에 있습니다.
골목에 있어서 지나치기 쉬운 장소에 있어서 근처를 자주 왔다갔다했지만 알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생각보다 이쪽 골목에 식당들이 꽤 있는 것에 놀랐었습니다.
소주 가격 실화인가요?
소주가 2015년도 가격입니다. 설렁탕은 웬만한 중국집 짜장면 가격이고요. 아직도 이 가격에 반주를 할 수 있는 맛집이 근처에 남아있다는 것이 나름 소확행입니다.
주저 없이 도가니탕을 주문합니다.
주로 여기 오시는 분들은 도가니탕이나 설렁탕보다는 수욕에 소주를 많이들 드시는 듯합니다. 수육도 좋지만 가성비로 보자면 반주로 먹는 도가니탕이 최고인 듯합니다.
낮이지만 염치불구하고 수주한병 시킵니다. 도수에 비해 맛이 순한 진로이즈백이 나름 제 입맛에 맞아서 냉장고에서 꺼내옵니다. 물과 소주는 셀프입니다.
식당 홀운영이 전체적으로 좀 느슨합니다. 손님이 나간다고 기민하게 치워 주시는게 아니라 손님이 앉으면 상을 치워 주십니다. 그렇다고 홀이 지저분하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앉아있으면 찬이랑 밥을 상당히 먼저 내어주십니다. 남들은 신기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밥집에 가도 밥을 국에 잘 안 말아먹습니다.
먼저 나온 밥과 김치를 술안주로 하고 국이 나오면 건너기와 국물을 또 안주로 해서 나머지 술을 마십니다.
겉절이와 작은 석박지가 찬으로 나오는데 사실 국밥에 이 이상이 뭐 필요할까 싶습니다. 흰쌀밥과 함께 안주로 먹기 딱 좋습니다.
술과 함께 흰쌀밥을 반주삼아 먹으면 밥에서 의외로 단맛이 납니다. 여기에 김치에 짠맛과 신맛이 더해지면 정말 최고입니다.
주문한 도가니탕이 나왔습니다. 처음 보면 가격이 저렴해서 도가니가 별로 없나 싶은데 아래쪽에 휘휘 저어 보면 양이 생각보다 상당합니다.
국물이 뽀얗다기보다는 설렁탕과 갈비탕 그 사이 어딘가 정도 되는 맑은 육수입니다. 소금을 살짝 넣고 먹어보면 갈비탕처럼 미원을 넣은 듯한 감칠맛이 납니다. 맛있게 후루룩 합니다.
술 한잔에 도가니를 안주로 하고 육수로 속을 달래는 순서면 거의 무한으로 술이 들어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릇들이 싹 비워져 있습니다. 이렇게 저의 낮술 반주 소확행을 마치고 집으로 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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