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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벚꽃 출사 [CANON 400D, 24mm f2.8] [팬케이크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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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에 몇 달을 집에서 일만 하다가 2주째 쥐돌이를 운행 한번 안 한 사실을 문득 깨닫고 배터리 방전될까 봐 그나마 코로나 청정지역인 북쪽의 오지로 핸들을 꺾어 밟았습니다.

 

가다 보니 거의 북쪽 끝까지 가서 무슨 마을이 있나 둘러보던 중 벚꽃이 줄줄이 있는 길을 발견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몰릴까 봐 기본적으로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일부분 개방한 곳으로 동네 사람들이 마실을 다니고 있어 차를 잠시 세워두고 구경을 했습니다.

 

벚꽃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북쪽이라 그런지 서울 쪽 보다는 그래도 꽃의 양이 상당했습니다. 사람도 없고 조용한 게 딱 내가 바라던 분위기라 슬슬 걸어가 보기 시작합니다.

 

꽃봉오리들이 나름 생생합니다. 시들시들할줄 알았는데 떨어진 꽃 외에 붙어있는 꽃들은 나름 생생합니다. 이미 나온 지 10년이 넘은 400D이지만 단렌즈 끼고 RAW로 찍으면 당시 특유의 쨍한 색감이 아직도 매력적입니다.

 

떨어진 벚꽃들이 바람에 한쪽으로 몰립니다. 위쪽은 벚꽃이 인도 쪽으로 날리는데 인도로 떨어지면 개천 쪽으로 꽃들이 몰리더군요.

 

꽃들이 떨어지면 저렇게 빨간색 받침만 남더군요. 만개한 벚꽃만 찍다가 어중간하게 떨어진 꽃받침은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새롭습니다.

 

유유자적하게 오래된 카메라 옆에 하나 매고 걷는데 봄꽃나무가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습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오늘내일이 끝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꽃잎들이 떨어지더군요.

 

벚꽃도 뭔가 종류가 있어서 알맹이가 큰게 또 따로 있는 것 같던데 저 같은 식물 문외한은 뭐가 어떤 종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단렌즈의 쨍한 색감과 심도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아이폰 XR의 카메라가 좋긴 한데 망원렌즈가 달리면서 주변 왜곡이 너무 심해서 폰카를 메인으로 가지고 다니기는 좀 힘들더군요. 라이트룸으로 RAW 보정을 하면 주변 왜곡도 어느 정도 잡아주는데 이것도 렌즈가 어느 정도 일 때 말이지 폰카의 주변부 왜곡은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리가 꽤 길게되어 있어 끝까지 가보고 싶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부분적으로 통제를 하고 있어 내년을 기약하며 왔던 길로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코로나 19가 끝나고 내년 벚꽃시즌이 오면 꼭 풍성할 때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없는 시간대로 피해와야겠지요.

 

막 떨어진 벚꽃들도 시들지 않아서 나름 풍류가 느껴집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닥의 꽃잎들이 사락사락 소리를 냅니다.

 

쓰레기라 보면 쓰레기지만 장식이라 생각하면 장식처럼 이뻐 보입니다. 떨어지는 벚꽃 아래서 술 한잔 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집 앞마당에 벚꽃을 심지 않는 한 그럴 수 있는 장소는 없지요.

 

떨어지는 꽃들이 있는 반면 막 봉오리를 내는것 같은 꽃잎들도 종종 보입니다.

 

가지가 올해 새로난거지 꽃이 이 시기에 새로 피는 건 아니겠지만 얼핏 보기에는 꽃이 새로 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카메라가 구형이라 HDR같은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암부가 어두워 보이지만 덕분에 색감이 밋밋해지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이쪽 색감을 더 선호합니다.

 

짧은 산책을 끝내고 쥐돌이에게 돌아왔습니다. 예전엔 이 녀석도 한인상 하는 차였는데 요즘 차들이 하도 괴팍한 디자인들로 나오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상당히 얌전한 인상이 되었습니다.

 

넙데데한 앞 인상은 요즘 차들처럼 디자인이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구형이라고 촌스럽다는 느낌도 별로 없어서 마음에 듭니다.

 

VQ37HR엔진 때문에 기념비적으로 계속 남겨놓고 싶은 차입니다. 그 시대에 직분사 엔진도 아닌 MPI 대배기량 엔진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세기의 마지막 엔진이라 저 나름대로는 꽤 의미가 있는 차량입니다. 

 

한때 스포츠 모델로 안 산 것을 좀 후회하기도 했는데 차량 성격이 스포츠성보다는 장거리 GT용으로 더 어울리는 성능이라 되려 승차감이 좋은 세단 등급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왜인지 전에 가지고 있던 파사트 B6 fsi 보다 장거리 운전 시 피로도는 더 합니다.

 

운전 재미도 되려 파사트가 더 좋았고요..... 의외로 쥐돌이는 여러모로 얌전해서 장거리 운전을 하면 운전이 재미있어서 졸음운전도 안 하게 되던 파사트 보다 좀 피곤한 부분이 있습니다.

 

메이커 또는 국가별 차량들의 성격이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스펙만 보면 쥐돌이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승차감 좋은 패밀리 세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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